SCP-1915-KO : 어느 날 그레고르 잠자는 편치 않은 꿈에서… 아 시바 이게 뭐야

Information

Name: 어느 날 그레고르 잠자는 편치 않은 꿈에서… 아 시바 이게 뭐야
Author: Everain00
Rating: 1/13
Created at: Wed Feb 12 2025
일련번호: SCP-1915-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1915-KO는 안전 등급 표준 격리실에 격리한다.

설명

SCP-1915-KO는 비변칙적인 개체보다 50배가량 큰 이질바퀴(P. americana)의 사체이다. SCP-1915-KO는 부패되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부패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SCP-1915-KO는 보는 이로 하여금 비정상적인 혐오감과 공격적 성향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바퀴벌레 자체가 일으키는 집단 무의식적 혐오와는 다른 것으로, 해당 개체만의 밈적인 특성이다.

SCP-1915-KO는 옆집에 사람만 한 바퀴벌레가 나타났다는 신고로 인해 서울시 중구 [편집됨]에서 발견되었다. 본디 해당 개체는 살아있는 상태였으나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사망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확보 기록-1915를 확인할 것.

부록-1

확보 기록-1915

확보 작전 참가 인원

기동특무부대 델타-34("사과파이 레시피")

[기록 시작]

델타-1

기록을 시작하겠다. 이제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

델타-2

안은 생각보다 깨끗한데요?

델타-3

방이 세 개네요. 하나씩 나눠 들어갑시다.

델타-1

제비꽃 개체일지도 모르니 조심하도록.

델타-2

옙 알겠슴다.

1분간 정적

델타-3

뭐가 딱히 없는데요?

델타-1

옷장 같은 곳도 살펴봤나?

델타-2

예, 근데…(잠시 말을 흐린다) 어… 대장? 여기로 와보셔야 할 거 같은데요.

델타-1

뭔가 발견했나?

델타-2

예. 진짜 엄청나게 더러운 방을 발견했는데요, 여기 뭔가…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델타-2

으앗 이게 무슨… 으아아아아악!!!!!! 씨바아아아아알!!!

20번 이상의 총성

델타-3

뭐야 뭔 일이야!

급박한 발소리

델타-3

뭔 일이길… 으아아아아! 이게 뭐야!!!!!!

8번의 추가적인 총성, 발길질 소리, 비명, 둔탁한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델타-1

무슨 일이지! 이상 없…

델타-2

하늘에서 씨발 존나 커다란 바퀴벌레새끼가 떨어졌다고요!!

10초간 정적

델타-1

…니들 반밈 패치 붙였냐?

델타-3

(신음 소리) 그… 아뇨…

델타-1

아 씨발 브리핑 때 도대체 뭘 들은 거야. 혹시 모르니까 챙기라 했잖아. 하….

델타-2

그… 죄송함다.

델타-1

시말서 또 잔뜩 써야겠네 하이고….

[기록 종료]

이후 델타-34 전원은 징계처분 되었다.

부록-2

이하 기록은 SCP-1915-KO가 확보된 방에서 발견된 일기이다. SCP-1915-KO가 직접 작성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천장이 너무 높다. 아니, 내가 너무 낮은 건가? 몸이 뻐근하고 또 뭔가 거치적거리는 것이, 마치 내 몸이 아닌 것만 같다.

그야 씨발 내 몸이 아니니깐.

몸이 납작해졌다. 다리는 여섯 개에, 등딱지엔 날개가 달리고, 머리카락은 두 개밖에 안 남았다. 안 그래도 탈모 때문에 약 먹고 있었는데…. 마치, 무슨 벌레마냥, 바퀴벌레 같은 몸뚱어리다. 내가 꿈을 꾸나? 아님 어제 변신을 너무 감명 깊게 읽었나? 그것도 아니면 뭐 개꿀잼 몰카라도 되나?

아,

내일 엄마 오는데.

엄마가 나를 알아볼까? 아마 아닐 거다. 한 손엔 프라이팬, 그리고 한 손엔 에프킬라를 들고 나한테 다가오겠지. 그럼 내 인생은 끝. 게임 오버.

어딘가에 숨어야 할까? 옷장? 침대 밑? 엄마한테 얘기를 하는 게 먼저일까? 엄마, 나 갑자기 바퀴벌레가 됐어. 그래도 변함없이 사랑해 줄 거지?

아니다. 이런 징그러운 벌레를 사랑해 줄 이가 있을까. 사람의 말을 할 수도 없다. 크기는 또 더럽게 크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입에 펜을 물고 글을 끄적이는 것뿐.

나는 벌레다.
언제나 그랬듯이.

몇 년 됐었나. 수능을 말아먹고선, 꼴에 어른이랍시고 배운 술이랑 담배에 쩔어서는 어둔 방에 누워있던 시절에, 엄마가 지잡이라도 붙었으니까 된 거 아니냐며, 그렇게 살 거면 군대라도 다녀오라 했었던 시절에, 나는 새사람이 되기를 꿈꿨다. 그래서 부모님과 상의를 하곤, 일단 군대를 다녀오고 반수를 하던 그냥 지잡을 다니던 하자, 그렇게 새 출발을 하자 의지를 다졌다.

근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더라. 고작 1년 반으로 사람이 180도 바뀔 수 있을 거라 믿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름 군대인데,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하고는 희망 회로를 돌렸던 것뿐이다. 바뀌긴 했다. 병신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병신으로.

그때 깨달았다. 아, 나란 사람은 군을 다녀와도 안 바뀌는구나. 새사람 되자고 아자아자 의지를 다져도 이 권태는 사라지질 않는구나.

그리고 방에 갇혔다. 아니지, 가뒀다. 복학은 계속 미루고, 반수 하겠다고 사놓은 참고서와 문제집엔 먼지가 쌓이고, 이것저것 먹은 흔적이 선명히 남은 일회용품 쓰레기와, 옷더미와 함께 잠을 청하며 살았다.

참 벌레같이.

엄마는 어차피 며칠씩 밖에서 산다. 아빠도 출장이 지나치게 잦다. 사실 이쯤 되면 나도 안다. 부모님은 나 보기가 역겨워 새로 집을 하나 구했다. 그리고 거기와 여기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한다. 뭐, 내가 집을 나가래도 안 들어 처먹을 걸 알았나 보지.

그래서 그런고로, 나는 완벽하게 벌레의 정의에 알맞는 사람인 것이다.

아, 쓸데없이 너무 어두운 얘기를 많이 했나.

뭐 어때 나만 볼건데.

엄마는 벌레 같던 자식이 벌레가 된 걸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 그래도 자식인데 알아는 보지 않을까? 뭐 막 껴안아주고 눈물 흘리고 그 정도는 아니어도, 알아보고 죽이진 않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냥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내일 아침이면 엄마가 온다.

사실은 엄마가 날 알아보며 껴안아주면 좋겠다.

그럼 정말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텐데.

엄마는 결국엔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비명을 지르다 쓰러져 버렸다. 그 소란에 이웃이 무슨 일 있나 보러오고, 그 이웃도 하얗게 질린 채 도망가고… 뭐, 사람만한 바퀴가 있는데, 당연하지.

아, 문밖에서 뭔가 말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경찰에 누가 신고를 한 건가. 확인하고 싶지만 문이 너무 비좁다. 이젠 정말로 갇혔다.

내일이면 세스코나, 경찰이나 뭐가 오겠지. 나름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그냥, 엄마나 아빠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한 번쯤 더 듣고 싶은데.

한 번만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더 듣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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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1915-KO 퇴역 요청

  1. 해당 개체는 이미 사망하여 더 이상 실험 가치가 없습니다.
  2. 또한 이것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지 내 인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업무 능력 저하를 유발합니다.
  3.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그냥 존나 징그럽고 좆같습니다. 이런 어휘를 사용하게 되어 유감이나, 이 개체를 보는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겁니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SCP-1915-KO의 퇴역을 요청합니다.

-■■■ 박사

re: SCP-1915-KO 퇴역 요청

SCP-1915-KO가 끼치는 업무 저하와 기지 내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보는바, 해당 개체의 퇴역을 승인합니다.

-■■■ 기지 이사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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