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620 : 데이터 말소됐닭

회수 이후 면담

면담 대상: J███ P█████

면담자: S████ 요원

서문: 면담은 "아님말고ORNOT" 규약 하에 SCP-3620이 회수된 이후인 1983년 7월 5일에 실시됨. S████ 요원이 리플리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Ripley Entertainment Inc의 직원으로 위장하였음.

<기록 시작>

S████ 요원: 그러면 당신께서 어떻게 이… 동물을 키우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P█████ 씨: 말하자면, 저는 이 애가 평범한 닭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이 이상한 놈을 합쳐서 닭들을 세니 빵꾸가 안났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에 저는 평범한 닭으로 태어난 애를 키웠다고 봐요, 제 말뜻을 이해하실진 모르겠지만요. 그렇다면 뭔가가 이 놈을 저런 요상한 꼴로 만든 셈이죠.

S████ 요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P█████ 씨: 어, 저는 뭔가가 일어나거나 하는 걸 보진 못했어요. 시끄러운 소리가 저를 깨웠는데, 마치… 탈곡기를 통과하는 오케스트라 소리가 합친 천둥소리 같았죠. 처음엔 꿈인 줄 알았는데, 뭐 방금 일어났을 때 어떤 느낌인줄 아시잖아요, 근데 밖에 나가보니 그게 이 놈이랑 상관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죠. 처음 그걸 봤을 땐 거대해 보였는데, 가까이 가거나 그럴수록 줄어들었어요. 실제로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해도 놈은 항상 똑같은 크기로 보이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가까이 가니까 놈은 그 자리에서 별일 없다는 듯이 꼬꼬댁거리고 있었죠. 그런데 다른 애들은 놈을 좀 경계하는 눈치였어요.

S████ 요원: 다른 누군가에게 이 일을 말한 적 있으십니까?

P█████ 씨: 아뇨, 곧장 당신들 믿거나 말거나 양반들에게 연락했죠. 이런 괴상한 놈에 당신들이 돈을 꽤 많이 부르는 걸로 아는데, 누군가가 먼저 사진을 찍거나 뭘하지 않길 원했어요.

S████ 요원: 음, 이건 확실히 흥미로운 물건입니다. 저를 따라오시면 당신을 구매부로 데려다 요 놈을 좋은 값에 팔게 해드리도록 하죠.

P█████ 씨: 좋습니다!

<기록 종료>

종결문: P█████ 씨는 C등급 기억처방제를 투여받고 닭 값으로 10달러를 받은 뒤, 농장으로 돌려보냄.

F████████ 박사의 자살 유서

다 집어치워.

3620이 어떤 놈인진 알아? 놈은 닭이 아냐, 그건 망할 버그라고. 놈은 결함지. [원문]2 하나의 에러 메세지란 말이야. 놈은 알 낳는 404-not-found 그 자체라고.

그럼 나머지 우리들은 뭘까? 어딘가에 있는 고차원 어디쯤의 컴퓨터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지. 우린 그저 시뮬레이션일 뿐이야. 그딴 건 다 집어치우라 그래.

컨트롤 알트 델리트Control alt delete.

—댄

대니얼 F████████ 박사 사후 샬린 M████ 박사와의 면담

면담 대상: 샬린 M████ 박사, SCP-3620 수석 연구원

면담자: R███████ 요원, 내부심사위원회

서문: 20██년 4월 12일, 하급 연구원 대니얼 F████████ 박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외견상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음. 부검 결과, 사인은 마비제 과다 투여로 밝혀짐. 이번 자살 사건을 SCP-3620의 "안전" 등급 분류 변경의 계기로 삼을 것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해 분류 심사가 착수됨.

<기록 시작>

면담자: F████████ 씨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M████ 박사: 음, 그이가 당신이 "박사님" 대신 "씨"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면 그가 노발대발했을 텐데요.

면담자: 실례했습니다. F████████ 박사님 말입니다.

M████ 박사: 천만에요. 실은 그이는 갓 대학원을 졸업하고 얼마전에 팀에 새로 들어왔는데 여기가 첫 발령지였지요. 저희가 연구하고 있던 건 우리 말쏘를 과연-

면담자: (말을 끊고) 잠깐만요, "말쏘Spongy"라고요?

M████ 박사: 아. 네, SCP-3620에게 붙여준 일종의 별명이죠. 말쏘. '데이터 말소Data Expunged'에서 땄어요. 거리를 둬야한다는 건 저희도 알고 있지만, 몇 년 동안이나 이름없는 아무개 동물이랑 일하긴 힘들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SCP-3620'은 한번에 부르기도 힘들고요.

면담자: 알겠습니다. 계속해주시죠.

M████ 박사: 저희가 연구하고 있던 건 SCP-3620을 과연 식량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였죠. 그 아이는 본질적으로는 닭이라, 날개나 다리를 잡아빼거나 가슴살덩이를 잘라내거나 하면, 평범한 닭고기가 나오고, 어떻게 잘라내든 새로운 부위가 도로 생겨나곤 했죠. 그래도 저흰 신중할 필요가 있었어요. "버팔로 윙을 너무 많이 뽑아서 남은 것을 전부 지구 궤도 밖으로 던져버리는 짓"은 가장 부끄러운 XK 사태 중 하나의 원인이 될 테니까요, 아시겠죠?

면담자: 맞습니다.

M████ 박사: 그래서 댄이 저를 도와 더 조밀한 모이를 만들고 그 애가 하루에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재보기로 했는데, 그가 멈춰서서는 먼산을 보는 눈을 하고 있는 걸 보았지요. 그러고는 자기 사무실로 가봐야겠다고 말하더라구요. 그게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이에요. 아마도 제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일 거에요.

면담자: 모이주기 규약이 효과를 촉발시킬 수 있나요?

M████ 박사: 그렇진 않을 걸요.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저희도 상황을 재연하려고 D계급 몇 명을 데려왔는데 아무런 문제도 안 생겼거든요.

면담자: 그러면 당신의 전문가적 소견으로는, SCP-3620이 만든 변칙적 효과가 F████████ 박사님의 자살 원인이 되었다고 보십니까?

M████ 박사: 아니요. 적어도 밈이나 텔레파시 같은 효과는 아니에요. 80년대에 녀석이 격리된 이래로 지금까지 이걸 3년 동안 연구해온 제 입장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처음이에요. 이런 데에선 이상함에 꽤나 무뎌지기 마련이지만, 댄 같은 신참에게는… 우리는 유클리드와 케테르 개체 같은 것들이나 무섭다고 생각하지, 소위 말하는 안전 스킵들도 누군가의 세계관 전부를 깨부술 수 있다는 점은 까먹게 되죠, 그렇지 않나요?

<기록 종료>

주석: 재분류 위원회는 SCP-3620의 현 "안전" 등급을 유지하기로 의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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