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23-J : 슬픈 바퀴벌레

Information

너무 슬퍼한다. :(

Name: 슬픈 바퀴벌레
Author: XCninety
Rating: 3/3
Created at: Thu Oct 12 2023
일련번호: SCP-723-J

등급 :<

특수 격리 절차

SCP-723-J는 2층 실험연구실의 다용도장에 격리한다. SCP-723-J은 허가받은 대로 이 영역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으므로 해당 영역으로 들어가는 인원은 각별히 조심한다. 구내에서 SCP-723-J를 회수하는 작업 ("전술 조련") 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행위인 관계로 시간이 남는 조련사에게 모두 맡긴다.

설명

SCP-723-J는 Periplaneta americana (미국바퀴) 한 마리로, 노년기로 추정되며 특징으로 더듬이들이 아래로 축 기울어져 있다.

SCP-723-J의 변칙성은 대상의 행동에서 연구진이 관찰한, 무언의 깊은 정서적 혼란 속에 있다. SCP-723-J를 관찰하는 사람은 대상의 과거 경험을 스스로 깨닫는다. 관찰자가 어떤 식으로 해당 정보를 습득하는지는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 SCP-723-J와 관련 능력을 인식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으며, 개중에는 적게나마 이 효과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하는 "정성적 관찰기록 SCP-723-J-13: 개인 반응" 목록의 일부 내용이다.

█████ 박사: 실험실에서 자꾸 가만히 못 있는 걸 보면 장소가 적응이 안되나 봐요. 자기 같은 종한테는 추운 곳이잖아요. 밖에서 지내기 편한 곳을 찾으면 좋겠어요.

██████ 박사: 너무 외로워 보여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여기서 다른 벌레는 한 마리도 없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가족을 잃어버렸나 봐요. 아니면 여자친구일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불쌍해.

███ 하급연구원: 분명히 이 바퀴벌레는 여동생이 매독에 걸렸을 거예요. 여동생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충분히 빠르게 기어가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이 바퀴벌레는 영원히 살아가고 있어요. 그것만이 바퀴벌레 여동생이 살아 있는 방법이니까요. 가슴 속 바퀴벌레 심장의 박동으로서.

█████ 연구원: 분명히 이 바퀴벌레는 애벌레 시절에 로이 오비슨 팬이었을 거예요. 부모님이 서로 싸울 때마다 맨날 자기 방구석에 틀어박혀서는 싸움 소리 안 들리게 TV에서 로이 오비슨 나오는 프로를 틀었던 거죠. 그래서 어느날 부모님 싸움소리가 너무 커졌을 때 우리 슬픈 바퀴벌레는 집을 나와서 시외버스를 타고 내슈빌로 가서 로이 오비슨처럼 기타를 잘 치는 법을 배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내슈빌에 도착했더니 음악쌤이 이 바퀴벌레를 한번 보고는 너는 다리가 여섯 개고 손도 손가락도 없어서 절대로 기타를 못 칠 거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이 바퀴벌레는 식당에 살면서 로이 오비슨 노래가 라디오에서 한 번만 더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바퀴벌레라 기타도 못 치는데 왜 그런 바보짓을 했을까 하고 자책하면서요.

███████ 기사: 어제 내 키보드 위에 있던데 그따구로 못생기기도 힘들겠더라.

SCP-723-J가 처음 발견된 곳은 제19기지 직원용 주차빌딩 39-K의 계단 난간이었다. 이 모습을 기지 정비 인원에게 통지했으나, 해당 인원이 현장까지 도착했을 때 SCP-723-J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후에 SCP-723-J는 2층 실험실에서, 특히 실험실 다용도장에서 자주 발견되곤 했다. 직원들의 합의에 따라 SCP-723-J에게 청소부의 꿈을 이루도록 해주고 청소용품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그러는 쪽이 예전에 대상이 일했던 바퀴벌레 모텔보다 훨씬 낫기도 하고 또 날라리 남동생한테서 떨어져 있을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SCP-723-J의 격리 구역에 가까운 음식물이 모두 보안 저장고에 있는지라 대상이 영양을 어떻게 공급하는지는 불명이다. 그런데도 SCP-723-J는 꽤나 흔하게 목격할 수 있지만, 대상은 누구와 마주치는 즉시 도망가 버린다.

부록

모종의 오해로 빚어진 사건 때문에 SCP-723-J가 사건 723-1에 휘말려버렸다. 이하에 사건 기록을 발췌했다.

██████ 박사: [무관한 내용 생략] 그래 브리핑은 어떻게 됐어?

████ 요원: 나쁘지 않았죠. 이… 잠시만, 장 밑에 뭐가 있는데요.

██████ 박사: 뭐? 어떤 장?

████ 요원: 과자 놔두는 거요. 바퀴벌레 같은데. 제가 잡을게요.

█████ 박사: 기다려, 슬픈 바퀴벌레일지도 몰라! [████ 요원이 재빨리 다가가 재단 지급 신발로 SCP-723-J을 짓뭉갠다] 슬픈 바퀴벌레 조심해!

████ 요원: …지난달에 █████ 박사님이랑 말하시던 그 바퀴벌레요? 아무리 때려도 안 깔아뭉개지던? 그냥 바퀴가 엄청 빨라서 못 잡으셨던 거겠죠들. 건강에 유해하잖아요, 바퀴는.

█████ 박사: [말을 잇지 못함]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이런 식으로…

████ 요원: 엥, 아까우셨나. 뭐 그래도 만만찮은 상대기는 했어요. 일단은 이 자식 시체 좀 긁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올게요.

█████ 박사: 슬픈 바퀴벌레야 안돼ㅐㅐㅐㅐㅐㅐㅐㅐ

████년 ██월 ██일 SCP-723-J는 공식 무효화 처리되었다. 대상이 숱한 고난의 길을 걸어온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SCP-723-J에게 블라토데아Blattodea 박사 기념 공로상을 추서하고 E-112 해양소각 프로토콜을 따라 안장하기로 하였다. 재단 인턴들이 쓰레기통에서 SCP-723-J 및 그 유해를 회수하려 했으나 실패했으므로, SCP-723-J가 우발적으로 비긴급 처분될 당시 사용된 구두를 대신 회수해 짤막한 비공식 구두상자 입함식을 치른 뒤 소각했다.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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